어깨 힘줄이 끊어진 채 오래 두면, 근육은 어떻게 될까? – 2017JBJS연구

회전근개 근육 변성은 역사적으로 어떻게 자연경과가 되는지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어깨 힘줄이 끊어졌는데, 아프지 않으니 좀 더 지켜보겠습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실제로 회전근개 파열은 몇 년씩 통증 없이 지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 동안 힘줄만 그대로 있는 게 아닙니다. 그 힘줄에 붙어 있던 근육에도 조용히 변화가 일어납니다.

오늘은 이 회전근개 근육 변성의 정체를 현미경으로 직접 들여다본 연구 하나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어떤 논문인가요?

이 글은 2017년 JBJS(The Journal of Bone and Joint Surgery) 에 실린 연구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JBJS는 1919년에 창간된, 정형외과 분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 중 하나입니다. 정형외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흔히 “정형외과의 교과서 같은 저널”로 불립니다. 게재되기까지의 심사 과정도 까다로운데, 실제로 이 논문 역시 편집장과 부편집장의 검토를 거친 뒤 외부 전문가 두 명 이상의 익명 심사를 통과했고, 수정본마다 다시 검토를 받았습니다.

연구를 진행한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UCSD)의 정형외과·생명공학 연구팀입니다.

연구는 이렇게 진행됐습니다

연구진은 회전근개 파열이 매우 심해져서 역행성 인공관절 수술을 받게 된 환자 23명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수술 중에 어깨뼈(견갑골) 위쪽, 원래 극상근·극하근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조직을 조금씩 떼어내 회전근개 근육 변성을 보기 위해 현미경으로 살펴봤습니다.

중요한 점은, 연구진이 일부러 육안으로 봤을 때 가장 근육처럼 보이는 부위만 골라서 채취했다는 것입니다. 분홍빛이 돌고 결이 살아 있는, “여기는 근육이 남아 있겠구나” 싶은 부분만 떼어냈습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근육처럼 보였지만, 근육이 아니었습니다

총 31개의 조직을 검사했는데, 실제로 근섬유가 남아 있던 것은 네 개 중 하나(25.8%) 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근육이 아니라 결합조직, 쉽게 말해 질긴 섬유 조직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MRI에서도, 수술 시야에서도 근육처럼 보였던 부위가 사실은 이미 근육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염증이 심하게 진행되어 있었습니다

염증 세포(대식세포)의 밀도는 건강한 근육이나 힘줄에 비해 10배에서 100배까지 높았습니다. 혈관도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생기는 조직과 닮아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그 자리는 조용히 쉬고 있던 게 아니라 계속 망가지고 있었습니다.

남아 있는 근육도 무너지는 중이었습니다

운 좋게 근육이 남아 있던 조직에서도, 근섬유 다발의 90% 에서 손상 소견이 확인됐습니다. 근육이 스스로 재생을 시도한 흔적(중심핵 근섬유)도 정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부수고 다시 짓기를 반복하지만, 결국 짓는 속도가 부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지방이 근육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발견입니다. 지방이 근섬유 사이에 끼어드는 정도가 아니라, 근섬유가 있던 껍데기 구조는 그대로 둔 채 그 안쪽 내용물만 지방으로 바뀐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겉모양은 근육인데 속은 지방인 것입니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나요?

핵심은 “근육이 줄어든 것“과 “근육이 망가진 것“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안 써서 가늘어진 근육(위축)은 힘줄을 봉합하고 운동을 시작하면 상당 부분 돌아옵니다. 하지만 세포 단위에서 파괴가 진행된 근육(변성)은 다시 쓴다고 해서 돌아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리한 재활이 남은 조직에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연구는 오래 방치된 회전근개 파열에서는 후자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사람 조직으로 처음 보여줬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시사점은, MRI가 근육의 상태를 실제보다 좋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상에서 “근육이 어느 정도 남아 있다”고 판단했더라도, 실제로는 기능하지 못하는 조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술 후에 힘줄은 잘 붙었는데 힘이 예전 같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이 연구는 그 이유의 한 조각을 설명해 줍니다.

정리하며

회전근개 파열에서 시간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통증이 없더라도 근육은 조용히 변해 가고, 어느 시점을 넘기면 되돌리기 어려워집니다.

어깨 힘줄 파열을 진단받으셨다면 “아프지 않으니 괜찮다”보다는, 지금 근육 상태가 어느 단계인지를 함께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 시점을 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참고 논문 Gibbons MC, Singh A, Anakwenze O, Cheng T, Pomerantz M, Schenk S, Engler AJ, Ward SR. Histological Evidence of Muscle Degeneration in Advanced Human Rotator Cuff Disease. J Bone Joint Surg Am. 2017 Feb 1;99(3):190-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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