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봉성형술, 정말 효과가 있을까? — Lancet CSAW 연구

어깨가 아파 병원에 가면 “견봉이 튀어나와 힘줄을 긁고 있으니 뼈를 깎아 공간을 넓히자”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이 수술이 바로 관절경적 견봉하 감압술(견봉성형술)입니다. 그런데 2018년 세계적 학술지 The Lancet에 실린 CSAW 연구는 이 수술의 핵심에 정면으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Lancet은 NEJM과 함께 의학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학술지입니다. 조금 과하게 말하자면, 자신이 주도한 논문이 이곳에 실리면 소위 ‘스타 교수’의 반열에 오른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그만큼 전 세계 의사들이 주목하는 곳입니다. 또한 이런 근거들을 가지고 전세계의 의학교과서가 되기 때문에 ‘아 이렇게 의학이라는게 만들어지는 구나’하고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CSAW 연구는 무엇을 물었을까?
CSAW는 “Can Shoulder Arthroscopy Work?”(어깨 관절경은 정말 효과가 있는가?)의 약자입니다. 영국 30개 병원에서 견봉하 통증 환자 313명을 모아, “견봉성형술 자체가 정말 필요한가?”를 검증한 대규모 무작위 연구입니다.
견봉을 깎지 않은 ‘가짜 수술’까지 한 이유
이 연구는 상당히 공들여 설계되었습니다. 환자를 제비뽑기하듯 무작위로 나눴습니다(이런 방식을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RCT라고 합니다). 그리고 진짜 수술과 가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절개 자국까지 똑같이 만들어서 자기가 어떤 수술을 받았는지 몰랐습니다. 점수를 매기는 사람도 이 환자가 어느 그룹인지 모른 채 채점했고요. 왜 이렇게까지 했냐면, “수술받았으니 좋아지겠지” 하는 기대감만으로도 통증이 나아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착각을 걷어내야 ‘뼈를 깎은 것’ 자체의 진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환자가 대상이었나
3개월 이상 어깨 통증이 있으면서, 운동치료와 스테로이드 주사를 받고도 낫지 않은 분들이었습니다. 전층 회전근개 파열 환자는 제외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즉 회전근개 봉합이 필요한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연구는 아닙니다.
세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 실제 감압술 — 견봉 뼈를 깎고 점액낭을 제거
- 관절경만 시행(가짜 수술) — 마취 후 관절경으로 들여다보기만 하고 뼈·점액낭은 그대로. 피부 절개는 똑같이 내서 환자가 구분 못 하게 함
- 무치료 — 경과만 관찰
결과: 진짜 수술과 가짜 수술이 똑같았다
6개월 뒤 어깨 점수(OSS, 0~48점, 높을수록 좋음)는 이랬습니다.
- 감압술: 32.7점
- 관절경만: 34.2점
- 무치료: 29.4점
가장 중요한 비교인 진짜 수술 vs 가짜 수술의 차이는 –1.3점,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뼈를 깎지 않은 쪽 점수가 약간 높았죠. 1년 뒤에도 감압술 38.2점, 가짜 수술 38.4점으로 거의 같았습니다. 점수에 대해 간단하게 말하자면 Oxford shoulder score이고 통증 4문항 + 기능 8문항을 합산한 0–48점으로 나누어 평가한 점수 입니다.
두 수술군이 무치료군보다는 좋았지만, 그 차이(2.8~4.2점)는 연구진이 미리 정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기준(4.5점)에 못 미쳤습니다. 근데 실제로 환자가 체감하도록 좋다고 느낀 기준이 없다는게 이 연구의 약점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이 결과를 해석하기로는 환자가 확실히 체감할 만한 차이는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또한 세계적으로는 ASES라는 미국정형외과학회에서 만든 score로 회복정도를 측정 합니다.
ASES는 통증과, 기능(얼마나 잘 움직이고 기능하는지)이 각 50점으로 채점되어 통증에 대해 좀 더 세밀한 평가가 가능 하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이 연구는 통증에 대한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진 않지만 과소평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수술받은 사람은 왜 좋아졌을까?
환자가 체감할정도로 좋아진 수치는 아니었지만 평균적인 수치는 관절경을 넣어서 수술한 척만 한 환자에서도 호전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는 견봉이라는 뼈를 깎아서가 아니라, ① 수술을 받았다는 기대감(위약효과) ② 수술 후 휴식과 재활운동 ③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경과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통증은 조직 손상 정도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니까요.
여기서 한 가지 짚을 점이 있어요. 수술군이 무치료군보다 나았다고 해서 그게 곧 “수술의 순수한 효과”라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무치료 그룹은 자신이 수술을 안 받은 걸 알기 때문에 “난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는 실망이 점수를 낮췄을 수 있거든요(노시보 효과). 즉 감압술 vs 위약 비교는 매우 깨끗했지만, 수술 vs 무치료 비교는 완전한 눈가림이 불가능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과거 연구와 무엇이 달랐을까
사실 이전에도 감압술 효과를 의심한 연구는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Henkus 등(2009)의 무작위 연구인데, 여기서는 감압술(견봉성형술)과 “점액낭 제거 + 오구견봉인대 절제”를 비교했지만 두 군의 결과에 차이가 없었습니다.[1]
다만 이 연구는 비교한 두 수술 양쪽 모두에서 상당한 조직을 제거했기 때문에, “수술의 어떤 부분이 효과를 낸 건지” 딱 잘라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반면 CSAW는 한쪽은 실제로 깎고 다른 쪽은 아무 조직도 건드리지 않는 위약 관절경과 비교했기 때문에, **”견봉을 깎는 행위 자체에 추가 이득이 있나?”**를 훨씬 깨끗하게 가려낼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를 오해하지 않으려면
이 연구가 “모든 견봉성형술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회전근개 봉합과 함께하는 경우나, 골극이 명확히 마찰·잠김을 일으키는 특수한 경우까지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결론
충돌증후군 환자에서 견봉을 깎는 것 자체가 통증 치료의 핵심은 아니었습니다. 영상에서 견봉이 튀어나와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수술을 결정하기보다는, 회전근개 상태와 통증의 진짜 원인, 그리고 충분한 스트레칭치료를 먼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전근개가 손상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에 튀어나온 뼈를 깎는 것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부족합니다. 파열된 경우는 다르고, 또 파열된 경우도 수술하지 말라는 NEJM의 최근 연구가 있어 흥미로운 주제로 또 찾아 뵙겠습니다.
Reference
Henkus HE, et al. Bursectomy compared with acromioplasty in the management of subacromial impingement syndrome: a prospective randomised study. J Bone Joint Surg Br 2009;91(4):504–10.
